실내 스마트팜 100일 실험기: 물 주기, 온도, 통풍의 진짜 패턴 기록
실내 스마트팜을 처음 시작할 때, 나는 솔직히 생각보다 쉬울 줄 알았다.
전기만 꽂으면 작물이 알아서 자라고, 나는 수확만 하면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100일 동안 기록하며 느낀 건,
스마트팜은 기계처럼 굴러가는 장치가 아니라, ‘살아있는 생태계’를 직접 다루는 일이라는 거였다.
이 글은 상추, 바질, 청경채 등을 실내 스마트팜에서 직접 키우며
물 주기, 온도, 통풍, 조명의 세기까지 체계적으로 기록한 100일 관찰 실험기다.
처음 시도하는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기준점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작성했다.
이건 단순한 사용기나 장점 소개가 아니다.
오히려 처음부터 마주친 불편함, 예상치 못한 패턴, 스스로 만들어낸 루틴을 담은 진짜 ‘현장 기록’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스마트팜은 정확히 알아야 쉬워진다. 그리고 이 글이 그 ‘정확함’의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
물 주기: 첫 3주는 실험, 이후는 루틴화
처음에는 스마트팜이 알아서 물을 줄 거라 생각했다.
자동급수 장치가 있긴 했지만, 그것이 ‘적절한 양’을 보장해주지는 않았다.
초반 1~2주 동안 잎 끝이 마르는 일이 발생했고, 결국 직접 급수 간격을 조절해야 했다.
내가 찾은 최적의 물 주기 루틴은 평균 하루 1회, 오전 9시,
특히 상추와 같이 증산작용이 강한 작물은 이틀 이상 물을 거르면 성장 속도가 뚝 떨어졌다.
바질은 상대적으로 건조한 조건을 선호해 2~3일 간격으로 물을 줬다.
여기서 중요한 건, 작물별로 '한 줄기'가 기준이 아니라, '환경 속 개체군' 기준으로 조절해야 한다는 점이다.
같은 상추라도 햇빛을 조금 더 받는 위치의 상추는 훨씬 빨리 말랐다.
결국 나는 매일 아침, 물을 주는 시간에 스마트폰으로 '잎 상태'를 체크하는 루틴을 만들었고,
그 후부터는 생장 패턴이 일정하게 유지됐다.
처음 3주 동안 실패를 반복한 끝에, 스마트팜도 결국 ‘눈으로 직접 확인해야 하는 농사’라는 걸 체감했다.
온도: 작물마다 ‘생장 포기선’이 존재했다
실내 스마트팜은 외부 날씨에 크게 좌우되지 않을 거라 생각했지만,
의외로 실내 온도 변화가 작물에 큰 영향을 미쳤다.
특히 여름철 낮 기온이 30도를 넘기면서, 상추와 청경채는 확실하게 스트레스를 받았다.
내가 실측한 결과, 상추는 28도 이상에서 잎이 얇아지고 성장 속도가 눈에 띄게 느려졌다.
반면 바질은 30도에서도 상대적으로 건강하게 자랐는데, 이는 식물의 원산지 적응 차이로 보였다.
가장 큰 변수는 LED 조명 자체가 열을 방출한다는 점이었다.
아무리 실내 온도를 26도로 맞춰도, LED 아래는 국소적으로 29~30도까지 올라갔다.
이걸 눈치채지 못했다면, ‘왜 상추가 안 자라지?’라고만 생각했을 것이다.
결국 나는 팬을 상단에 하나 더 설치하고, 조명 타이머를 낮에는 끄고 야간에 켜는 구조로 변경했다.
이 작은 변화만으로도 잎의 질감과 수확 속도에 뚜렷한 차이가 생겼다.
온도 관리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열의 이동’을 설계하는 문제라는 걸 알게 된 순간이었다.
통풍: 잎 끝이 타는 이유는 바람이 없어서였다
처음 몇 주 동안 가장 답답했던 건, 상추 잎 가장자리가 자주 말라들거나 투명하게 변해가는 현상이었다.
처음엔 물 부족이나 조명 때문이라 생각했지만, 나중에야 통풍 부족이 주요 원인임을 알게 됐다.
스마트팜은 기본적으로 밀폐형 구조가 많다.
특히 작은 공간에 설치한 경우, 공기의 흐름이 거의 없다.
나도 처음엔 환풍기를 설치하지 않았고, 미니 선풍기 하나로 버텼다.
하지만 실제로는 공기의 흐름이 없으면 증산작용이 원활하지 않아 수분이 잎끝에 고이게 되고,
그게 곰팡이 또는 조직 괴사로 이어졌다.
습도계를 놓고 확인해보니, 팬을 끄고 3시간만 지나도 습도가 85%까지 상승했다.
이 수치를 보고 나서야 나는 ‘보이지 않는 공기의 흐름’을 관리하지 않으면, 어떤 자동화도 무용지물이라는 걸 깨달았다.
최종적으로는 팬 2개를 타이머로 분할 작동시키고, 상부와 하부 공기가 순환되도록 수직풍 흐름을 만들었다.
그 후부터는 잎 끝 마름 현상 없이 안정적인 수확이 가능해졌다.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이 문제는 설명서에 한 줄도 없었다는 사실이다. 통풍은 진짜 '해본 사람만 아는 문제'였다.
스마트팜은 작은 자연이고, 매일 관찰해야 한다
100일 동안 스마트팜을 돌리면서 깨달은 건 단 하나다.
이건 ‘기계’가 아니라 ‘작은 자연’이다.
자동화된 시스템이라 해도, 그 안에 있는 건 살아있는 생명이고, 환경 조건이 조금만 달라져도 바로 반응한다.
처음엔 일주일에 한 번만 신경 쓰면 될 줄 알았다.
하지만 결국은 매일 물 체크, 잎 상태 관찰, 온도 변화 감지, 팬 작동 시간 확인 등 작은 루틴들이 쌓여야 결과가 따라왔다.
지금 나는 상추, 바질, 청경채를 거의 실패 없이 키운다.
그러나 이걸 가능하게 한 건 ‘스펙 좋은 장비’가 아니라, 하루하루 직접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진 경험들이었다.
혹시 지금 막 스마트팜을 시작하려는 사람이 있다면, 이 100일 기록이 좋은 참고가 되길 바란다.
작물은 정직하다. 관찰하고, 반응하고, 조절하면 꼭 보답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