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팜

스마트팜 키우면서 느낀 예상외의 난관 5가지: 설명서에 없던 현실

albubu 2025. 7. 25. 01:15

스마트팜을 처음 접할 때, 대부분의 사람은 ‘편리하다’, ‘자동이다’, ‘농사도 디지털 시대’라는 문구에 끌린다.

나 역시 그랬다. LED 조명, 자동 물공급, 모바일 앱까지 연동되는 장비를 보며

‘이제는 농사도 기술로 끝내는 시대구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직접 설치하고 운영을 시작하면서 느낀 건 전혀 달랐다.

설명서에는 없지만 직접 경험해야만 알 수 있는 현실적인 난관들이 분명히 존재했다.

이 글은 내가 스마트팜을 약 3개월간 운영하면서 부딪힌 예상 밖의 어려움 5가지를 정리한 글이다.

누군가에게는 단순한 불편일 수도 있지만, 초보자 입장에서는 이 작은 변수 하나하나가 전체 작황과 직결된다.
이 글은 장점만 나열하는 사용기가 아니다.

진짜 ‘사용자 입장’에서 마주한 불편함과 그 해결 과정까지 담아봤다.

만약 지금 막 스마트팜을 설치하려는 사람이라면, 이 글을 통해 더 현실적인 기대치를 설정할 수 있을 것이다.

스마트팜 진짜로 마주하는 현실

자동 물공급은 ‘전부’가 아니다: 급수량 조절이 핵심

많은 스마트팜이 자동 물공급 기능을 강조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자동 급수’만으로는 부족하다. 작물마다 필요한 수분량이 다르고, 환경에 따라 흙의 건조 속도도 달라진다.

내가 경험한 문제는, 청경채가 자주 물러지거나 뿌리가 썩는 현상이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기계는 정해진 시간에 물을 주지만, 작물은 상황에 따라 물을 달리 원한다는 것.

결국 나는 급수 주기를 ‘하루 1회’에서 ‘하루 2회 소량’으로 나눴고, 상추와 바질의 수분 유지가 안정되면서 생장 속도도 훨씬 나아졌다. 이 과정에서 배운 건,
“자동”은 출발일 뿐, 조절은 사람의 몫이다.

 

팬 소음과 열기: ‘설치 위치’가 작물보다 중요하다

스마트팜 장비에는 대부분 환기팬이 달려 있다.

이 팬은 습도 조절, 열기 배출, 공기 순환에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하지만 나는 여기서 의외의 벽을 마주했다.

팬 소음이 생각보다 컸다. 특히 밤에는 팬 소리 때문에 잠에서 깨는 일이 몇 번 있었고,

작물 바로 옆에 있는 자리에서는 대화도 불편할 정도였다.

또한 팬이 조명 옆에 위치해 있어, 열기가 바로 작물로 내려가는 구조였다는 점도 문제였다.

상추의 잎 끝이 마르는 이유가, 단순히 온도 때문이 아니라 ‘팬이 만든 열의 흐름 때문’이라는 걸 깨닫는 데 꽤 시간이 걸렸다.

결국 팬은 옆 방향으로 돌리고, 흡기구를 따로 설치해 열기를 옆으로 빼주는 구조로 수정했다.

기기 설치 위치 하나만으로도 작물의 생장이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 설명서에는 없었다.

 

조도 균형 실패: 같은 조명인데 작물 성장 속도가 다르다

스마트팜 조명은 일정한 밝기와 파장을 제공한다고 한다.

하지만 내가 상추와 바질을 키우면서 확인한 건, 같은 조명 아래에서도 위치에 따라 생장 속도가 차이 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왼쪽 구석에 위치한 상추는 오른쪽 앞쪽 상추보다 잎이 작고 연약했다.

처음엔 단순한 개체 차이라 생각했지만, 측정기로 확인해보니 조도 차이가 20% 이상 났다.

스마트팜의 구조상 조명은 정중앙에서 수직으로 비추는 경우가 많다.

이때 사각지대가 생기면, 작물 성장에 큰 영향을 준다.

결국 나는 조명을 비스듬하게 재배치하고, 반사판을 이용해 광을 균등하게 퍼뜨리는 방식으로 바꿨다.

‘스마트’하다는 말 뒤에 숨어 있던 ‘설치 설계의 섬세함’, 이것도 내가 직접 시행착오로 배운 교훈이다.

 

내부 습도 관리의 함정: 곰팡이는 조용히 찾아온다

스마트팜의 장점 중 하나는 외부 환경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점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실내 스마트팜일수록 ‘과습’ 문제가 더 자주 발생한다.

처음 2주 동안은 특별한 문제가 없었지만, 3주차부터 작물 잎 밑부분에 미세한 곰팡이성 반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물 양도 적절했고, 조명도 문제가 없었다.  결국 원인은 환기 부족과 높은 습도였다.

특히 청경채는 잎이 겹쳐 있어 내부에 습기가 고이기 쉽다.

팬을 작동시켜도 공기 흐름이 잎 사이까지 닿지 않으면 곰팡이를 막기 어렵다.

해결 방법은 간단했다. 매일 아침과 저녁으로 뚜껑을 열고 자연 환기를 시키는 것.

또한 팬의 위치를 작물 아래쪽으로 옮겨서 공기가 위로 흐르도록 했다.
자동화된 구조 안에 ‘손으로 하는 루틴’을 넣어야 비로소 안정된 환경이 만들어진다.

 

앱으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을 줄 알았던 착각

마지막으로 가장 큰 착각은, 스마트팜 앱만 있으면 모든 걸 원격으로 관리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었다.

물론 앱은 조명 시간 조절, 온습도 모니터링 등 여러 편의 기능을 제공한다.

하지만 실제 운영에서 중요한 건, 눈으로 보는 관찰이었다.

앱에서는 “온도 26도, 습도 70%”라고 떠도, 실제로는 작물 끝이 마르고 있거나 수분이 고여 있는 경우가 있었다.

특히 냄새나 잎의 촉감처럼 센서로는 측정되지 않는 생물학적 지표는 여전히 ‘사람의 감각’에 의존해야 한다.

이 사실을 깨달은 뒤로, 나는 하루에 최소 1회는 직접 확인하고 간단한 점검 일지를 남기기 시작했다.

스마트팜의 기술은 뛰어나지만, 그 기술을 믿기만 해서는 안 된다는 점, 이건 누구도 말해주지 않았다.

 

스마트팜은 '도구'이지 '대행자'가 아니다

스마트팜을 쓰면 농사가 쉬워질 줄 알았다. 어느 정도는 맞다.

하지만 그건 ‘지켜볼 준비가 된 사람’에게만 해당된다.
물도, 빛도, 공기도 알아서 맞춰준다는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이 기술이 정말로 스마트하게 작동하려면, 사람이 먼저 ‘이해’해야 한다.

작물은 기술을 소비하는 대상이 아니다. 작물은 생명이고, 변수가 많다.
그 변수들을 감지하고, 조정하는 역할은 결국 사람의 몫이다.

스마트팜을 시작하려는 누구든,
이 글을 읽고 ‘자동화’ 뒤에 숨은 진짜 현실을 한 번쯤 상상해보길 바란다.
그러면 실패도, 놀람도 훨씬 줄어들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