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란다 스마트팜으로 식비 줄이기, 진짜 가능한가? 3개월 리얼 계산기
스마트팜을 시작할 때 가장 많이 듣는 말은 ‘신선한 채소를 집에서 직접 기른다’는 로망이다.
그리고 그다음으로 흔히 등장하는 말이 ‘식비 절약’이다.
나 역시 같은 기대를 품고 베란다 한켠에 스마트팜을 설치했다.
‘마트에 가지 않아도 상추를 따서 바로 먹을 수 있다면, 이건 경제적으로도 괜찮은 선택이겠지?’
그렇게 시작된 나의 3개월간의 기록은, 단순한 감상이 아니라 숫자로 남았다.
이 글은 실제 3개월 동안의 수확량, 소비량, 장비비, 전기료, 양액비 등을 구체적으로 정리한 결과다.
단순히 “잘 자란다”는 말보다, 진짜 식비를 얼마나 줄였는지, 그게 실질적인 절약으로 연결되는지가 궁금한 사람이라면
이 글이 현실적인 판단 기준이 될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단기 수익은 어렵다. 하지만 루틴화되면 분명히 절약 효과가 생긴다.
무엇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돈’보다 ‘습관’이 바뀐다.
장비와 초기비용: 진입장벽은 생각보다 낮았다
내가 사용한 스마트팜 장비는 기본형 수경재배 키트였다.
LED 조명 포함, 6구 수경베드, 팬, 양액 포함된 패키지로 구성된 제품이었고, 구매 비용은 총 79,000원이었다.
전용 양액 500ml는 약 12,000원, 씨앗은 상추·청경채·바질 등 혼합 패키지 기준 5,000원 정도 들었다.
총 초기 투자비는 약 96,000원.
이 금액은 생각보다 낮았고, 무엇보다 한번 구매하면 몇 개월간 별도 추가비용이 들지 않는다.
다만, 전기료는 매달 누적된다는 점은 이후 계산에 반영했다.
스마트팜의 진입장벽은 ‘가격’보다는 ‘습관’이라는 걸 느꼈다.
꾸준히 물 갈아주고, 온도 체크하고, 관찰하는 루틴이 없으면 어떤 장비든 방치되기 십상이다.
수확량과 식비 비교: ‘상추값’은 확실히 아꼈다
내가 베란다에서 수확한 작물은 주로 상추, 바질, 청경채였다.
특히 상추는 6구 키트에서 꾸준히 잘 자랐고, 3일마다 1회 수확이 가능했다.
수확량은 평균 70g~80g수준. 마트 기준으로 이정도 양은 대략 1500~1800원 상당이다.
계산해보자.
- 1주일에 약 2회 수확 x 1,500원 = 3,000원 절약
- 한 달 = 12,000원
- 3개월 = 약 36,000원 상당 상추 직접 소비
정확히 말하면 ‘절약’이라기보다 ‘대체 소비’다.
상추를 따로 사지 않아도 되니, 실제로 마트에서 해당 품목 구매가 줄었다.
게다가 신선도는 비교할 수 없었다. 물로 씻을 필요 없이 바로 뜯어 먹을 수 있다는 건, 비용 이상의 가치였다.
전기요금과 양액비: 생각보다 작지만 무시할 순 없다
스마트팜의 조명은 하루 14시간 가동했다.
소비 전력은 약 18W, 팬 포함 25W 정도.
한 달 기준 전기 사용량은 약 10kWh 이내였고, 가정용 요금 단가로 계산 시 월 약 1,500원~2,000원 수준이었다.
양액은 한 달에 1병(500ml 기준)을 거의 다 쓰게 되었고, 비용은 약 12,000원.
- 3개월 양액 비용: 36,000원
- 3개월 전기요금: 약 5,000원~6,000원
총 유지비 = 약 42,000원
이 수치를 수확 금액과 비교해보면, 3개월간 상추 수확 가치 약 36,000원 → 손익만 보면 거의 ‘비슷하거나 약간 마이너스’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초기 투자비를 뺀 순 유지비 기준이며,
초기비용까지 포함하면 손익분기점은 6~8개월차 이후부터 형성된다고 볼 수 있다.
돈보다 남는 건 ‘루틴’이었다
‘스마트팜으로 식비 줄이기’는 생각보다 단순한 구조는 아니었다.
확실한 건, 3개월 만에 돈을 아끼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하지만 작물 재배가 생활 루틴으로 들어오고,
상추처럼 반복 소비하는 품목이 많아지면 단순 비용 이상의 가치가 생긴다.
무엇보다 가장 큰 변화는 ‘음식 소비 습관’이었다.
마트에서 충동적으로 채소를 사지 않게 되었고,
신선한 상추가 집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햄버거나 튀김 대신 샐러드를 더 자주 먹게 됐다.
그 결과는 단순한 식비 절약보다 더 큰 효과였다.
식재료 관리가 더 체계적으로 바뀌었고, 식비뿐 아니라 음식물 쓰레기도 눈에 띄게 줄었다.
정리하자면,
스마트팜은 짧게 보면 ‘소소한 취미’,
길게 보면 ‘생활 구조를 바꾸는 장치’였다.
그리고 그 안에서 식비 절약은 단지 하나의 보너스일 뿐이었다.